[ti:백구] [ar:杨熙恩] [al:酒魔捞浇] [by:] [offset:0] [00:00.00]백구 (白狗) - 杨熙恩 (양희은) [00:06.23]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[00:15.26]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[00:24.60]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[00:33.17]가엾은 우리 백구는 그만 쓰러져 버렸지 [00:42.30]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[00:50.63]학교 앞의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[00:59.68]무서운 가죽끈에 입을 꽁꽁 묶인 채 [01:08.08]슬픈 듯이 나만 빤히 쳐다 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[01:16.54]하얀 옷의 의사 선생님 큰 주사 놓으시는데 [01:25.13]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 봐 [01:33.70]주사를 채 다 맞기 전 문 밖으로 달아나 [01:42.05]어디 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길도 모르잖아 [01:49.56]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으으으으음 으으으음 [02:08.02]학교 문을 지켜 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[02:16.33]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물어 봤더니 [02:24.89]웬 하얀 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[02:33.28]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[02:40.87] [02:41.99]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 것도 뵈지 않았고 [02:50.43]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[02:58.74]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[03:07.40]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리켜 주렴아 [03:15.54]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[03:23.85]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는 말씀이 [03:32.24]웬 하얀 개 한 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[03:40.49]커다란 차에 치어서 그만 [03:46.16] [03:48.61]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으으으으음 으으으음 [04:06.23]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이다가 [04:14.24]빨갛게 핀 맨드래미 꽃 그 곁에 묻어 주었지 [04:22.56]그 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[04:30.87]철 이른 흰 눈이 뒷산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[04:38.59]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으으으으음 으으으음 [04:53.97] [04:56.98]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[05:05.22]나만 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[05:13.24]나나나 나나 나나나 난나 으으으으음 으으으음